이 글은 미숙하고 방황하던 20대를 보내며, 써놓은 독후감입니다. 블로그로 옮기면서 교정과 수정, 편집을 거쳤으나, 특별한 통찰이나 교훈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책 소개
본문 내용 및 감상
작년 하반기에 컴퓨터 필수교양과목을 듣는데 교수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데니스 리치'라는 위대한 C언어의 창시자의 죽음이 '스티브 잡스'라는 디자이너에게 묻혔단다. 애플은 기술적인 기업이 아니라, 단순히 디자인기업이고 앞으로 그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과거와 같이 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애플을 엄청 싫어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술적인 진보를 일으킨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마치 기존의 골리앗을 뒤집는 다윗과 같이 상식을 뒤집는 이 말에(아이러니하게 80년대 애플은 다윗을 자처했지만) 감동을 먹어서 한창 인터넷을 떠돌던 '데니스 리치 vs 스티브 잡스 vs 빌 게이츠'라는 글들을 보면 잡스에 대한 출처 모를 우월감에 휩싸이곤 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그 사람만큼 보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책을 열고 읽으면서 '스티븐 잡스'가 나도 배운(잠깐 맛만 봤지만) C언어를 모른다는 것을 알고 "역시!!! 잡스는 단순히 운 좋은 사업가야!!!"라고 생각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아이폰으로 찍는 글귀들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메모하는 양이 늘어날수록 나의 생각은 드넓은 창공을 지나가는 봉황을 향하여 '깍깍' 울어대는 까마귀와 같다고 느껴졌다. 그가 위즈니악과 PC를 만들지 않았다면 PC가 우리 곁에 오기까지 얼마나 더 걸렸겠는가? 픽사로 3D 애니메이션을 안 만들었다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먼저 한 사람이나 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항상 대중화를 시킨 것은 그였다. C언어를 모르면서도 PC를 대중화시켰고, 3D 애니메이션을 모르면서도 '토이 스토리'를 만들었으며, 터치기능에 대해서는 더욱 몰랐지만 아이팟으로 세계음반계를 구했고,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으며, 아이패드로 태블릿 PC의 시대를 열었다. 무엇이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했는가?
첫째,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는 다른 사람들이 털끝만 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너무 웃기지 않는가? 자신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이야기하고 다니고, 다른 회사의 아이디어를 빼끼지만 그 스스로는 매일 까먹고, 실수하고, 혼란스러워했으며, 다른 회사가 애플의 아이디어를 빼기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의 사람들은 그의 기준에 맞추면서 실력이 늘었다. 그가 만든 것은 한 개도 없지만 그의 기준에 맞추면 히트를 쳤다. 항상 완벽을 요구하였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대한 '촉'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항상 공이 있던 곳이 아니라 공이 이동할 곳이 어딘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둘째, 그의 현실왜곡장이다. 그는 이 세상을 왜곡시켜 버린다. 협력업체가 납품날짜를 못 맞출 때도 눈을 쳐다보며 "아뇨!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 마디면 그 협력업체 사람들은 납품날짜를 맞춰버린다. 풀이 죽은 기술자들이 "도저히 못합니다"라고 말하더라도 그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그 기술자들을 초 A급 기술자들로 만들어버린다. 그의 자기 확신은 단순히 자신이 인식하는 현실을 왜곡(정확히 왜곡인 줄은 모르겠다. 정말로 믿고 해냈으니 왜곡이라고 하기에도 그렇지 않은가?)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까지 그 마력에 빠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책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잡스가 그냥 원래부터 할 줄 아는 것처럼 나오지만 그의 미친듯한 자기 확신은 읽는 사람들에게는 경탄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기 충분하다. 경쟁업체의 CEO그림에 과녁표시를 만들어서 포스트를 만든 다음 회사 곳곳에 붙여 직원들에게 이미지로서 믿음을 주고, 불가능한 기일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능하게 하는 것들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하는가!!! 그의 미친 자기 확신은 주위사람들을 힘들게도 했지만 관료적인 대기업에서는 수개월이 걸릴 것을 30분에서 1시간 만에 끝내버리기도 하였다. 다른 곳이면 죽었을 아이디어를 바로 살리는 힘이었다. 이러한 현실왜곡은 애플의 힘과 기능을 통합적으로 뭉치게 만들었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비결이었다.
셋째, 재창조. "자기 잠식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가 스스로를 잡아먹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다". 그는 기존에 히트를 친 물건들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예를 한 가지만 든다면 아이폰을 만들면 아이팟의 매출이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만들었다. 앞으로 핸드폰에 MP3기능이 들어갈 경우 아이팟은 무어질 것이 그의 눈에는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비틀스의 해적판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곡에 얼마나 많은 수정을 하는지, 밥 딜런이 기존의 것을 버리고 일렉기타로 넘어 갓을 때 얼마나 많은 비판을 감수했는 지를 보면서,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을 하기 위하여 얼마나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예술가로 여기는 잡스로서는 끝없는 도전은 당연한 것이었다.
넷째, 집중이다. 애플에서 나가서 구글을 설립하는 바람에 잡스의 눈 밖에 났던 구글의 두 CEO들이 잡스의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앞으로 혁신의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날렸었다. 잡스는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과거에 자신도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 내면서 간단히 충고해 줬는데 바로 '집중'이다. 무엇이 하기로 정해졌으면 그것만을 생각하고, 그것만을 보고, 그것만을 듣고, 아무튼 모든 것의 초점을 그것에 맞추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무엇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나 무엇을 해야만 할 때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계속 건들고 있다. 그것은 제대로 집중 안 한다는 증거인데 완벽주의자인 잡스에게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는 조그마한 문제도 즉석에서 바로 해결하게 했다. 무엇을 할 때는 그냥 그것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선불교를 통해서 익힌 명상으로 집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잡스라는 사람을 '성공'이라는 기준으로 나만의 스타일대로 분석해 보았다. 뭐 그냥 빌게이츠가 "당신과 나는 반쯤 미친 게 확실해요"라고 한 말이 맞다고 느낀다. 그것에 대해서 미쳐야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느낀다. 또한 그의 솔직함을 보면 공자의 솔직함이 떠오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스티븐 잡스, 참 읽으면 읽을수록 꼬장은 많지만 절대 꽉 막힌 꼰대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모든 제품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해서 약간의 평가를 하자면 '밴드오브브라더스'라는 영화를 보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한 공수부대의 중대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2차 대전의 흐름을 12편으로 보여주는 전쟁드라마이다. 이 책은 '스티브잡스'라는 한 천재의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20세기 IT의 흐름을 40편으로 보여주는 인생드라마와 같다.
잡스의 인생을 보면서 지난 배낭여행 때 갔던 샌프란시스코가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요즘 스스로 억압이 많이 되었다고 느꼈었다. 마음껏 소리치거나, 누군가에게 화를 내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잡스가 이런 나를 본다면 리더로서 0점이라고 할 것이다. 리더는 적절하게 화를 내고 닦달할 줄 알아야 부하직원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를 낼 줄 모른다는 것은, 소리를 지를 줄 모른다는 것은, 그것을 컨트롤할 줄 모른다는 말과 같은 법이다. 육체는 영혼에 봉사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갑자기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잡스의 스탠버드 대학교의 졸업 연설이 듣고 싶어 진다. 잡스가 한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그 인생의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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