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창원, 보수의 품격 / 표창원

by 융커 2023. 5. 12.
반응형

 이 글은 미숙하고 방황하던 20대를 보내며, 써놓은 독후감입니다. 블로그로 옮기면서 교정과 수정, 편집을 거쳤으나, 특별한 통찰이나 교훈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책 소개

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 보수의 품격


본문 내용 및 감상

 대한민국은 이념이란 참 건드리기 조심스러운 주제이다. 나 스스로도 자유, 존중, 진실 등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스스로 진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치들을 외치는 사람들은 진보진영 쪽에 더 많았지만 이상하게 스스로는 진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3월에 표창원 교수님의 강연회에 가게 되었다. 그때 내가 받은 정신적 해소감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들은 원래 보수의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와 경제개발 양쪽을 다 인정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빨갱이, 친일, 좌빨, 수꼴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래 너의 의견도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의 의견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대화해 보자"라고 하는 것! 그것이 품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날부터 나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이야기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어졌다. '보수'라고 이야기하고도 당당히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수'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항상 '안보'가 '자유'에 우선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좌빨', '빨갱이'라고 몰고 간다. 과거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 전쟁부터 시작된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이번 대선 때 '이정희'라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이정희'에게 '왜 대선에 나왔냐?'라고 물었을 때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나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자신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까지 색깔을 씌어서 쳐낸 결과, 무조건적인 '반보수'가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정희'를 보고 혀를 끌끌 찼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사상은 결국 다양성과 자유를 인정하지 않던 우리의 과거가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것은 어찌 모르는가. 

 

 이제 국민들의 수준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일베'와 '오유', 둘 모두를 비웃는다. 둘 모두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만든 스토리를 가지고 상대방을 까면서 정신적인 쾌락을 얻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은 무조건적인 색깔론에는 더 이상 박수를 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최근 터진 남양유업 사태. 한국 산업에 고질적인 문제인 갑을 관계에 대한 티닝 포인트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소수의 절대 갑이 휘두르는 세상에 신물이 났다. 보다 합리적이면서도, 서로 같이 가는 관계를 원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수준이 자꾸 올라갔을 때 표창원 교수님이 말씀하신 영국의 국민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영국에는 그 사람의 직업이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의사 여자와 청소부 남자가 결혼을 하는 것을 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좋으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청소부이든, 의사이든, 변호사이든, 사람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직업을 택한 것이고, 그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 사람의 직업과 직책을 물어보고, 그것을 보면서 그 사람을 판단한다. 그 사람의 이름표가 그 사람의 존재 가치보다 더 큰 것이다. 이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성숙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진하게 그럼 우리도 영국처럼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게 가르치며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국이 그러한 사회가 가능한 것은 모든 사람들의 수준이 올라가서 상향평준화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아직 이 부분에서는 조심스럽다. 내가 영국에 가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에 있는 서유럽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책을 통해서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어떠한 직업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도 서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은 단순히 몇 년으로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몇 세대가 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 필요한 필수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대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학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러니 빨리 보수와 진보, 이 두 이념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져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고, 공교육 시스템에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