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숙하고 방황하던 20대를 보내며, 써놓은 독후감입니다. 블로그로 옮기면서 교정과 수정, 편집을 거쳤으나, 특별한 통찰이나 교훈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책 소개
본문 내용 및 감상
우리는 유럽에 대한 많은 환상을 품고 있다. 왜냐하면 현대문명이 이뤄지는 근원이 된 근대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에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근대화를 마무리한 유럽은 사실상 세계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비록 세계 1,2차 대전을 겪으면서 패권을 미국과 소련에 넘겨주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세계 두 번째 자리를 중국에 내줬지만, 여전히 비유럽 사람들은 항상 해외여행으로 가고 싶은 곳을 유럽으로 삼는다. 유럽의 발전과 역사에 대한 스토리는 세계만국공통으로 퍼져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이야기가 더 유명하기는 하다.
항상 우리가 유럽에 대해서 배울 때는 유럽에 대한 우월성과 그들의 발전상에 대해서 배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유럽이 아시아에 비해서 우월하게 되었는가?'라는 것에 대해서 연구한다. 막스베버는 그것이 프로테스탄트의 특유의 직업정신에서 왔다고 하고, 어떠한 사람은 유럽의 다양성에서 왔다고 하고, 어떠한 사람들은 유럽의 개방성이 그것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러한 기존의 연구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유럽이 우월하다는 가정을 깔고 들어간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 가정을 처음부터 짚고 나아간다.
실제로 유럽이 중국과 인도로 대표되는 아시아와 대등한 위치로 올라선 것은 1800년 경이다. 1800년 경, 유럽과 아시아의 농업생산력은 거의 대등해졌다. 그전까지는, 르네상스시대가 끝이 나고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는 그 시점에 유럽은 정말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농업이나 철강이나 의류 같은 제품들의 생산력과 품질은 아시아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는 항상 아시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그러던 중 오스만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유럽과 동방과의 교역료를 끊자 유럽의 상인들은 새로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것이고,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무역은 아랍과 인도, 그리고 중국 상인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고, 유럽 상인들이 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아메리카 개척이었다.(이라 쓰고 정복이라고 읽는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금과 은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과 은은 명목화폐로서 동방에서 교역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럽상인들은 아메리카의 금과 은 ---> 기항지 설치를 통한 동방의 산물 구입 ---> 유럽에서 소비 ---> 그 이익으로 만든 군인들로 다시금 아메리카로 가는 패턴을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1700년대 중반이 되면서 한계를 맞이한다. 점점 금과 은이 흔해지면서 화폐로서 가치를 많이 잃었고, 유럽에서 아시아 물건에 대한 수요는 줄었으며, 아시아에는 여전히 유럽의 산물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정복이다. 기존에 기항지를 두고 동인도회사들에게 맡겨 두었던 것을 넘어서 점점 내륙으로 진출하여 직접 식민지 통치를 하면서 세금을 걷은 것이다. 그래서 영국은 인도를,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인도차이나를,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게 되었다. 여기에 계속되는 무역적자를 메꾸기 위해서 시도한 것이 바로 영국의 아편 생산과 중국에 대한 아편 수출이다. 이것은 아편전쟁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아편전쟁으로서 동서양의 힘의 균형이 서양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아편전쟁에 영국은 각종 철갑선과 연사포를 동원했다. 목선과 구대포로 이뤄진 중국은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력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유럽은 농업생산력과 같이 기술력 역시 아주 부족했다. 그러나 1800년 경이 되었을 때는 그 기술력이 동방과 비슷해졌고, 그 덕에 농업생산력도 비슷해졌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이 시점을 기준으로 서구열강들은 회사를 통한 무역이 아닌 직접적인 식민지 통치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인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로 그것이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유이다. 기존처럼 수요와 공급을 통한 농산물 교역이 아닌 공산물을 만드는 시대가 도달한 것이다. 어떻게든 새로운 이익을 찾아야 했던 기업인들은 과학을 현실에 접목시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증기기관, 저인망그물, 공장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좋은 공산물 생산을 위해서 점점 기술력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력이 군대에도 적용되면서 영국군이 아편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유럽에 6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을 머무면서 느낀 것은 한국보다 발전되었다는 느낌은 전혀 안 들었다. 오히려 내가 사는 서울보다 혹은 고향보다 더 나은 점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산다면 나는 유럽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유가 넘쳤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를 고민하다가 생각난 것이 바로 사회구조였다. 대한민국은 세계의 하청공장으로 불린다. 물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하청업체에서 못 벗어난다. 어떠한 관계라도 바이 사이드, 즉 구매하고, 지불하는 쪽이 힘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기업들은 기술력보다는 항상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그것이 적은 임금으로 미친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아마 OECD 자살률 1위가 이러한 사회구조에서 기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를 깰만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영국의 증기기관이 그랬고, 소니의 워크맨이 그랬고,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그랬다.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혁신으로 세상의 흐름을 먼저 선점하는 쪽이 보다 여유롭게 나라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것이 없다. 왜냐면 어쨌든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난 것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세계의 하청업체로서 살아온 지난 50년 세월 동안 사람들은 일을 잘하고, 성적을 잘 받는 것은 배웠어도 그 틀을 엎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 또한 그것은 대대로 이어져 아직도 우리는 하청업체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저 조금 큰 하청업체냐 그 큰 하청업체의 하청업체냐의 차이이다. 아마 그러한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이건희 회장일 것이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옴니아폰을 출시하고 항상 품질과 스마튼폰에 대한 집중을 생각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은 많이 늦었다. 그런데 그것을 따라잡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무리해서 부작용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엄청난 세대갈등과 지긋지긋한 정치이데올로기는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혁신적인 것이 필요하다. 왜냐면 이제 전 세계가 다 같이 불황에 접어들었다. 무엇이 증기기관 같은 혁명을 몰고 올진 모르겠다. 3D프린트인지, 고속이동장치인지, 바이오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정책을 보면 혁신을 위해서 R&D를 지원하기보다는 혁신이 일어났을 때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서 대비하는 것이 훨씬 강하다. 'First Mover'와 'Fast follower'는 다르다. 어쩌면 유럽의 그 여유가 과거 200년간 'First Mover'의 위치에 있던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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