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숙하고 방황하던 20대를 보내며, 써놓은 독후감입니다. 블로그로 옮기면서 교정과 수정, 편집을 거쳤으나, 특별한 통찰이나 교훈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책 소개
본문 내용 및 감상
세상에는 절대 쉽게, 그리고 대충 해서 이룰 수 이룰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혹 운이 좋아서 작은 성취를 운 좋게 이뤘다고 해도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따르지 않았다면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쉽게 날아가버리기 쉽다. 그런데 소위 약간은 성공을 이뤘거나, 처세에 능해 조금 높은 직책에 있는 소인배들은 무언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벽(癖)이라고 격하시키며, 나쁜 습관이냥 매도하며 그들의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사회성의 부족이라며 손가락질한다. 왜 그런 것일까? 왜 세상은 한 가지에 미쳐 재주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왜 항상 재주 있는 사람들은 필요할 때는 급히 찾아 쓰이고, 시간이 지나면 단물만 빨린 채 내쳐지는 것일까? 최근에 물러난 SK의 김성근 감독을 보자. 별명이 야신이다. 야구의 신이라는 뜻이다. 80년대에 태평양을, 90년대에는 쌍바울을, 2000년대에는 LG와 SK를 정상급 팀으로 올려놨건만 항상 그는 내쳐졌다. 야구에 미쳐서 야구에 타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 스스로 자신의 책에 50년 감독 생활동안 적만 만든 것 같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마지막에 결국 내쳐졌다. 더 이상 프로에서는 활동하기 힘들 것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김성근 감독을 안다. 그런데 그를 내친 구단주나 사장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는가? 소위 힘이 있어 감독의 모가지를 쥐락펴락한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는가? 역사에는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가?
미쳤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것만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연애를 할 때 세상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얼굴로 보인다.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김성근 감독 역시 세상 모든 것이 야구로 보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18세기 학자들인 김영, 김덕형, 홍대용, 이덕무, 박지원 등등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연구하고 파고드는 그것에만 미쳤던 사람이다. 그들의 이름은 역사 속에 남아있지만 그들을 깔보고 멸시했던, 또한 그 당시 재주 있다고 칭송받던 사대부들의 이름은 누가 기억하는가? 김영이라는 수학과 천문의 천재는 역사가 기억하지만 그가 죽자 그의 결과물을 훔쳐 달아났던 사람들은 이름 석자는커녕 역사의 손가락질만 받는다. 그때 그들은 이렇게 될 것을 몰랐던 것일까?
이 책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봤다. 부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 과연 나는 세상과 얼마나 타협하고 있는가? 또한 스스로 얼마나 타협하고 있는가? 나는 김영의 유작들을 훔쳐 달아난 그들과 다르지 않는가? 또한 자리나 신분, 돈에 연연해 그들을 탄압하고 멸시한 사대부들과 다르지 않는가? 미칠 정도로 부끄러웠다. 세상의 비웃음이 무서워서 나는 자격증과 학교공부 대신에 책을 읽는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의 나약함과 타협함으로써 아직도 잠이 많고, 잡생각이 많아서 게으름병이 다 낫지 않았다. 아직도 책을 자격지심으로 읽어서 은근히 자랑하고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번 보고 척 아는 천재도 있지만, 죽어라 해도 모르는 바보도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가 어려울 뿐, 한 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뚫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 가 남의 것이 된다. 피 땀 흘려 얻은 것이어야 내 것이 된다.
함부로 몸을 굴리고,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청춘을 탕진한다. 좀 잘된다 싶으면 우루루 가고, 아니면 썰물 같이 빠져나간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싫은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어하고 칭찬만 원한다. 그 뜻은 물러터져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킴은 화곡 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이루려고 하지 않고 일확천금만 꿈꾼다. 여기에서 무슨 성취를 기약하겠는가?
조금도 세상을 놀래키는 천재들은 즐비하지만 여기저기 기웃되지 않는 성실한 둔재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한 때 반짝이는 재주꾼들은 있어도 꾸준히 끝가지 가는 노력가는 만나보기 힘들다. 세상이 갈수록 경박해지는 이유다.
-본문 중에서
이 글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요즘 청춘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는 대학에 들어오는 순간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빨리 깨닫고 너무나도 빨리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매일 수도 없이 공부하라는 말을 듣고 10대의 목표를 대학만으로 바라보고 온 지난 19년의 세월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던가? 그리고 스스로 저주받은 세대라고 부른다. 미친 등록금에 치이고, 미친 취업전선에 치여서 숨쉬기 힘들다고, 그래서 그런 것인가? 돈만 주어지면, 자리만 주어지면 가치와 자존심도 다 던져버리고 넙죽 받아들인다.
이제 드디어 결심을 했다. 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히 맞서 싸워 부러지더라도 더 이상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박지원의 친구들과 정약용의 가족들 이야기를 보면서 비록 이름은 이야기 못하지만 항상 내가 이야기할 때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라'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한 친구에게 무궁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나의 26년 인생의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족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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