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숙하고 방황하던 20대를 보내며, 써놓은 독후감입니다. 블로그로 옮기면서 교정과 수정, 편집을 거쳤으나, 특별한 통찰이나 교훈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책 소개
말 그대로 글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정리 한 책!
본문 내용 및 감상
글은 엉켜진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해 주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또 이 생각을 저 생각으로 옮기는 능청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 글쓰기가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를 키운다는 말은 그래서 가능하다.
발상 단계에서는 기초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메모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글이 마치 천재적 발상을 통해 금방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아는데, 그것이야 말로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글을 좀 써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료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글에서 자료 찾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글이 영감이나 천재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관련 자료나 책을 읽는다.
3단구성(서론 본론 결론), 4단구성(기 승 전 결)
글을 틀에 맞추어 쓰다가는 살아 있는 글이 아니라 죽은 글이 되기 십상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문장의 오류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분명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독자가 모이지만, 모호하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비평가가 몰려들 뿐이다.
-알베르 카뮈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문형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좋은 문형을 많이 익히면 굳이 문법을 따로 공부할 필요조차 없다. 왜냐하면 문형은 언어를 사용하는 틀이고, 문법은 이것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준비한 자만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실패하여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관습적 사고에 저항할 때 참신한 글이 된다.
나는 내 간이 큰 줄 알았다. 7년 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오지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지금 세계 곳곳의 긴급구호 현장을 다니면서 간이 커진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얼마 전 금요일에 받은 전화 한 통에 완전히 간이 콩알만 해졌다. 사연인즉, 정기종합건강진단 결과를 전화로도 통보해 준다고 해서 전화했더니 담당의사가 면담을 해야겠다는 거였다. "일부러 보자는 걸 보니, 큰 탈이 났음이 분명해."
그 순간부터 나는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온갖 나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요즘 암에 걸렸다는 사람들 얘기가 유난히 많이 들리던데 그게 무슨 징조인 것 같아 불길했다. 지난주에도 후두암으로 죽은 친구 오빠 문상을 다녀왔다.
기가 막혔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오래된 버릇, 혼자서 또 다른 나와 말을 주고받는다. '만약 얼마 못 산다고 하면 억울해서 어쩌지.'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여태껏 건강하고 재미있게 산 것에 감사해야지.' ' 억울하지, 못 다 핀 꽃 한송이지.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할 수 없네. 이제는 사는 날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다 가는 수밖에'
그리고는 아예 수첩을 꺼내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1년 남았다면 직장을 그만두고 꼭 하고 싶었던 백두대간과 전 세계 6천m급 산들을 올라야지. 종횡무진 다닐 거다. 누워서 죽음을 맞을 수는 절대 없지. 6개월 남았다면 어떻게 할까. 긴급구호 현장으로 가야지. 될수록 최전선에, 3개월 남았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장근무 아이디어는 정말 좋다. 산사나이가 고스톱 하다가 죽고 싶을까? 산에서 죽고 싶을 거다. 전투기 조종사가 사우나하다가 죽고 싶을까? 전투기 조종하다가 죽고 싶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죽기는 싫지만 죽어야 한다면 나 역시 현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
딱 한 달 남았다면 책을 써야겠다.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어린이 발마의 딸', 한국이라는 새장에서 나와 세상이라는 넓은 창공으로 날아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세상을 처음 마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경쟁이나 학습의 대산이 아니라 어울려 살아야 할 친구이자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더불어 이런 세상에서 살려면 마땅히 져야 할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온갖 시나리오를 써다 지우면서 기나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담당의사는 위산과다에 간 기능이 약하니 조심하라며, 전화로 말하면 그냥 흘려들을 것 같아서 직접 만나 당부하는 거란다.
'시한부 인생' 해프닝은 이렇게 싱겁게 끝났지만 덕분에 예상치 못했던 수확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긴급구호활동, 산, 그리고 책을 쓰고 권하는 일. 이게 현재의 내게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모리로 생각하는 우선순위와 저 깊은 무의식 속의 우선순위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이 일들을 할 때 내가 가진 어떤 힘도 아끼지 않을 자신이 있다. 끝가지 물고 늘어질 자신도 있다.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세상에도 도움이 되니 다행이다. 이 일 말고도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세상에 좋은 일이 많이 하면서 살고 싶다.
마음 졸이던 그 주말의 기장이 가시지 않았는지, 어제저녁 일기를 쓰면서 또 엉뚱한 상상을 했다.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딱 하루라면 어떻게 할까.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산에 가서 아름다운 봄 산을 마음 가득 담아 올 거다. 저녁에는 일기장을 정리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동안 즐거웠다고 전화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아침 일찍 투표하러 갈 것이다. 거미줄도 모이면 사자를 묶는다고 했다. 거미줄보다 힘없는 내 한 표지만 새로운 역사와 세상을 펴는 데 그 힘을 보태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살았던 그런 세상을 그대로 넘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한비야
동물학교
동물들이 모여 학교를 만들었다. 그들은 다리기, 오르기, 날기, 수영 등으로 짜인 교과목을 채택했다. 동물학교는 행정을 쉽게 하기 위해 모든 동물이 똑같은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다.
오리는 선생보다 수영을 잘했다. 날기도 그런대로 해냈다. 하지만 달리기 성적은 낙제였다. 오리는 학교가 끝난 뒤에 달리기 가외를 받아야 했다. 달리기 연습에 열중하다 보니 그의 물갈퀴는 닳아서 약해졌고, 수영 점수도 평균으로 떨어졌다. 토끼는 달리기를 가장 잘했지만, 수영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렸다. 다람쥐는 오르기에서 탁월한 성적을 냈지만 날기가 문제였다. 날기반 선생이 땅에서 위로 날아오르도록 하는 바람에 다람쥐는 좌절감에 빠졌다. 날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를 보였지만 다른 수업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은 독수리는 문제 학생으로 전락했다. 결국 수영을 잘하고, 달리기와 오르기, 날기는 약간 할 줄 알았던 뱀장어가 가장 높은 평균점수는 받아 학기 말에 졸업생 대표가 되었다.
교육학자 리브스(R. H. reeves) 박사가 지은 [동물학교]라는 우화다. 동물들은 각자가 창조된 목적대로 움직일 때에만 우수하다. 다른 목적을 요구할 때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학생 고유의 잠재력을 잘 파악해 이를 살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어제 본지 week&에 소개된 신동들도 골프, 당구, 마술 등 자기만의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동물학교'에 보내면 독수리나 오리 같은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정규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처럼.
동물학교의 교훈은 조직을 꾸려 나가기 위해 사람을 뽑을 때도 유용하다. 인사에 자리가 요구하는 전문성보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조직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전문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을 해칠 정도의 흠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되겠지만.
요즘 경제 부총리 인선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청와대가 부총리 후보자들을 밝히자 각계에서 후보들을 검증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를 얼마나 잘 이끌어 갈까 보다는 도덕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흠은 없는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이다. 동물학교에서 경제부총리를 뽑는 듯하다.
-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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