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숙하고 방황하던 20대를 보내며, 써놓은 독후감입니다. 블로그로 옮기면서 교정과 수정, 편집을 거쳤으나, 특별한 통찰이나 교훈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책 소개
본문 내용 및 감상
이영석은 가락시장에 가기 위해 여느 때처럼 새벽 2시에 눈을 떴다. 그런데 웬걸, 몸이 움직이는 않는 거였다. 그는 가만히 누운 채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일어나야지.' '시장에 가야지.' 하지만 이런 생각도 맴돌기만 할 뿐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겁고 뼈 마디마디가 쑤셔왔다.
자명종 소리는 저 먼 곳에서 시작된 소리처럼 아련하기만 했다. 손을 뻗어 자명종을 끄려 했으나 팔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등을 대고 누운 방바닥이 한없이 아래로 꺼져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눈꺼풀은 자꾸만 감기려 했고 자신을 덮은 이불이 그처럼 포근할 수가 없었다.
그때 두 번의 삭발이 이영석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도매상인들에게 두들겨 맞아가면서 물건을 고르던 시절도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온몸이 시퍼런 멍투성이였다. 새벽에 일어나려면 이를 악물어야 했다. 몸이 아프고 부족한 잠에 졸렸을 뿐만 아니라, 다시 시장에 나가서 두들겨 맞을 걸 생각하면 그대로 주저앉아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견뎠다. 그런데 왜 지금 내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인가. 이제 장사의 기반이 다져졌기 때문인가. 굳이 내가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다른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나태해진 것인가.
이영석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천근 무게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0분. 평소보다 40분이나 늦게 일어났다. 이영석은 부랴부랴 오토바이를 타고 가락시장으로 나갔다.
이 모든 것을 배웠든 타고났든 간에, 총각네 야채가게에는 실제로 일과 놀이를 구분할 수 업을 만큼 날마다 싱싱한 에너지와 열정이 폭발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점포를 무대 삼아 하루 종일 로드쇼를 펼친다. 그렇게 공연을 마치고 나면 놀면서 돈 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실제로 총각네를 찾는 손님들은 총각 직원들이 흥겹게 놀이하듯 일하면서 돈을 번다고 여긴다. 때 묻지 않은 젊은이들이, 다른 젊은이처럼 청춘을 만끽하고 싶은 욕구를 건강하게 분출한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가슴속에 열정이 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뜨겁고 싱싱한 에너지가 솟구쳐 올라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해야 하는지 모를 경우가 종종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직원들은 장사를 통해 자신의 젊음을 표출한다.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라면 불가능하다. 그들이 파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그들은 진정한 장사의 마니아다. 한마디로 장사에 미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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