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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애니메이션

태극기 휘날리며 / 강제규

by 융커 202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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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2004


태극기 휘날리며 티켓

 나의 아버지께서는 영화를 보시지 않으셨다. 어머니와 연애를 하시던 시절에도, 영화를 보면, 어머니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지만, 아버지는 옆에서 주무셨다고 한다. 항상 롯데 야구만 보시던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자고 하셨다. 주변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얘기하시는데, 당신께서 그 얘기에 끼지를 못하셔서 아쉽다고 하신다. 아버지 세대도 다 보는 그런 영화가 나온 것이다.

 가족끼리 영화를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이미 한 번 보았지만, 가족끼리 영화를 본다는 들뜬 마음에 그 사실은 큰 상관이 없었따. 아버지 차에 가족이 타고 서면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이미 한 번 가봤던 곳이라는 어린 치기에 뿌듯함이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아버지가 모르시는 것을 안다는 그런 유치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도착해서 가족끼리 영화관에 입장하니, 사람이 엄청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사람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연인의 손을 잡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렸을 때,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야만,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이것이 책 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들이 함께해서 그런 것일까?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그런 것일까? 앞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장면에만 집중디 되었던 앞의 관람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에 더 집중이 되었다. 

 

노인이 된 진석의 그리움노인이 된 진석의 그리움
노인이 된 진석의 그리움

 처음부터 감정이 올라왔다.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던 나에게는 진석의 흑백사진과 구두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그리움, 혹시나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그 구두는 진태가 진석에게 사주기로 한 그 구두였다.

 

진식과 진태, 그리고 구두
진식과 진태, 그리고 구두

 

 진석과 진태의 형제애는 남달랐다. 진태는 구두를 닦으며, 돈을 모아서 똑똑한 진석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목표였다. 형제애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진태와 진석, 그리고 가족진태와 진석, 그리고 가족
진태와 진석, 그리고 가족

 

 이런 진태와 진석에는 국수 장사를 하시는 홀어머니가 계시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가치 준비할 수 있는 진석의 약혼녀, 영신이 있었다. 가족 사이에 따뜻함이 넘쳐났지만, 이 모든 것은 전쟁이 일어나면서 바뀐다. 피난길에 올라 도착한 대구에서 진태와 진석이 징집이 되면서, 생이별을 하게 된다. 이 때 느껴지는 진태와 진석의 어머님의 절절함은 눈물이 나기 충분했다.

 전쟁터에 도착한 진태와 진석은 그 참혹함에 조금씩 적응해간다. 아니, 오히려 진태는 진석을 돌려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태극무공훈장'을 받기 위해서 공을 세우기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다. 하지만 진석은 이러한 진태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며, 형제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멀어진 형제 사이멀어진 형제 사이멀어진 형제 사이
멀어진 형제 사이

 

 하지만, 진태는 전장의 활약으로 태극무공훈장을 받게 되고,

 

진태의 태극무공훈장
진태의 태극무공훈장

 

 중공군의 진격을 피해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돌아온 집은 영신이 지키고 있고, 해후를 느끼는 순간, 영신을 잡으러 온 서북청년단이 들어닥친다. 그곳에서, 서북청년단장과 진태, 진석의 대치가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이 대치의 발포로 인해서 영신이 사망하는데, 진태에 대한 영신의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서북청년단장은 영신이 보도연맹에 몸을 팔았다며, 뒤집어 씌웠지만, 영신은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진태에 대한 사랑을 얘기한다. 

 

영신

 

 절절한 사랑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러한 영신의 죽음이 진태의 탓으로 여긴 진석과 진태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진다. 진석은 상부에 태극무공훈장을 얘기하면서 진석의 제대를 요구하지만, 그의 요구는 새로운 중대장으로 묵살된다. 오히려 진석도 포함되어 있는 포로의 소각을 명령한다. 이에, 진석이 죽었다고 생각한 진태는 새로운 중대장을 죽이고, 월북해서 깃발부대의 부대장이 된다.

 이 사실은 안 남한군은 진석을 이용해서 진태를 설득하기로 하고 진석을 전쟁터에 투입한다. 전쟁터에서 진태를 맞이한 진석은 미쳐버린 진태를 보고 같이 데려가려고 하지만, 진태는 진석을 살리기 위해서 내려오는 북한군을 상대로 혼자서 버틴다. 그렇게 진태는 죽어 묻히게 된다.

 

죽은 진태와 그의 유품

 

 그리고 그렇게 죽어 묻힌 진태를 보게 된 노인 진석은 꿇어 앉아서 눈물을 흘린다. 이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진태의 유골과 유품 앞에서 오열하는 진석
진태의 유골과 유품 앞에서 오열하는 진석

 

 이렇게 영화는 끝이 났다. 처음 봤을 때는 전쟁만 보였다면, 두 번째 봤을 때는 가족이 보였다. 가족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 따뜻함과 그리움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전쟁영화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가족영화로 분류해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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