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본문 내용 및 감상
미현은 결핍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무심한 아버지 호창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이런 미현에게 해외축구를 보면서 만난 해랑은 그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남자로 보였다. 은솔은 비교에 히스테리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경옥으로부터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호창은 인생이 힘겨웠다. IMF로 인해서 자신이 가진 것들이 모두 무너져 내렸지만, 가족을 보면서 겨우 버텨냈다. 경옥은 자신의 상처조차 돌아볼 수 없던 인생이었다. 오빠, 동생들과 비교당하며 여자라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했고, 부모의 말대로 시집갈 준비를 하다가 성폭행을 당해서 순결까지 잃었다.
그렇게 부모의 결핍을 물려받은 미현과 은솔의 연애는 잘되는 듯 안 되는 듯 계속 파도를 탄다. 아버지의 해외축구 시청을 보면서 자신도 해외축구 팬이 된 미현은 친구인 준수와 그가 소개 소개해준 해랑과 함께 축구를 보면서 해랑을 마음에 품는다. 하지만, 해랑은 넘어올 듯 안올 듯 그녀의 마음만 애타게 할 뿐,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은솔은 자기보다 어린 지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괴로워한다. 자기가 이별을 통보했건만, 잠시 온 갱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인연을 잘라버린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낀다.
미현과 호창의 해묵은 갈등은 미현의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인해서 해소된다.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인해서 미현은 잠시 집에 돌아와 어머니의 병간호를 준비하면서 호창의 일기장을 본다. 그 일기장을 통해서 호창이 IMF 때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버텨왔는지 이해를 하게 되면서 그렇게 호창을 미워하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은솔과 경옥의 갈등은 경옥의 사과로 해소된다. 경옥은 자기 인생의 결핍을 남편과 딸들에게 전해줬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순간,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은솔에게 자신의 행동을 사과한다.
이렇게 해소된 결핍은 미현과 은솔의 연애의 결말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현은 해랑에 대한 마음이 자신의 결핍이라는 것을 깨닫고, 은솔은 지호와의 재결합을 위해서 한 발자국 나아간다. 준수는 외국으로 일을 하러 떠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조금 가벼운 스토리와 많이 무거운 교훈에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평범한 연애일기처럼 읽힌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이 책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귀여니 소설과 같은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툭툭 내뱄는 가벼운 만담 같은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조금씩 개연성을 갖추면서, 갈등이 해소되며,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처음의 가벼움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고,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에 남아 있었다.
우리는 모두 결핍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그 결핍의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만들어진다. 나 역시 나의 좋은 점도, 나의 나쁜 점도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결핍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것은 그 결핍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보면 눈물 나는 슬픔이 덮쳐오기도 하고, 끓어오르는 분노가 올라오기도 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도 없지더라도, 우리는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볼 때, 경옥처럼 스스로와 화해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미현처럼 가족 중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산다. 그 사람을 받아들이기에는 그 사람에게 기대했던 것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족도 자신의 인생을 겨우겨우 살아가는 한 사람일 수도 있다. 부모라고 꼭 강한 것은 아니다. 부모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부모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시기를 넘기고, 넘어지고, 잘못된 판단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사람도 부모라는 절대적인 보호막이 없으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그 상처를, 그 결핍을 들여다보기 싫고, 그 부모의 헌신과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일수록 이 책은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Do it! 첫 코딩 with 자바 : 보통 사람이 알아야 할 프로그래밍 기초 / 정동균 (0) | 2023.11.16 |
---|---|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 자신이 되고자 했던 시간의 기록 / 강민우(돈깡) (2) | 2023.08.21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 유시민 (0) | 2023.05.23 |
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 이외수 (0) | 2023.05.23 |
탄허록 :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주인공들에게 남긴 100년을 내다본 지혜 모음 / 탄허 (0) | 2023.05.23 |
댓글